[시론] 건보료 개편, 민원 줄이는 차선책이 최선

입력 2017-02-01 18:06   수정 2017-02-02 05:58

"다시 제시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형평 맞게 종합소득 기준 부과하되
먼저 시행하고 문제는 국회서 개정"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



2년 전 백지화됐던 정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이 최근 다시 제시됐다. 국회의 심도있는 논의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대통령 탄핵문제로 사실상 휴업 중이고, 양당 체제도 무너져 합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건보료 민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연간 7000만건에 이르는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게다가 정부가 발표한 개혁안은 그 폭이 너무 넓고 계층 간 이해 상충적인 요소가 많아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국회는 선거를 포기하기 전에는 건보료에 방울을 달지 못할 것이다. 국민에게 건보료는 세금보다 더 부담이 큰 존재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의 반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을 뿐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실효세율도 4% 수준이다. 건강보험료는 세금을 내든 안 내든 모든 국민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포함해서 소득의 6%가 징수된다. 그래서 국민들은 건보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제도보다 높고 민감하다. 이를 정치권에만 맡기면 결론은 뻔하다. 국회에서 국민의 감성만 건드리거나 여론몰이식 논의만 하고 끝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의 보험료 조항인 제72조는 소득·재산·생활수준·경제활동참가율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것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모든 조항을 국회가 결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먼저 시행령으로 고치고 그래도 문제가 되면 국회가 법으로 개정하면 된다. 따라서 지금 국회의 합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제기하는 민원의 본질을 파악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합의하고 정착되는 과정에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드는 최선의 보험료 정책보다는 눈에 보이고 현실적이면서 민원을 줄이는 차선 정책이 더 최선이다.

첫째, 근로자와 자영자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근로자에게 근로외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이는 건강보험의 통합 이후 해결했어야 할 문제였다. 근로자들은 자영자들과 달리 소득을 감출 수 없어서 불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자산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하지 않는다. 퇴직 후에 보험료가 크게 인상되는 것은 사실 근로자도 자영자들에 비해 보험료 혜택을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둘째, 자영자의 1주택, 1자동차에는 가치에 관계없이 보험료를 부과하면 안 된다. 현재 국민의 가장 큰 불만은 지역가입자가 될 경우 주택과 자동차의 가치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주택과 자동차는 모든 국민의 생활필수품이다. 이들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생계비를 인상하는 것과 같고 현재의 주택을 줄이고 쓰던 자동차를 버리라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들에 대한 벌금이다.

셋째, 원칙적으로 종합소득을 중심으로 부과해야 하나 연간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보험은 개인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연금소득도 보험료 대상이 돼야 한다. 자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보험료의 납부능력이 없게 되면 자산을 팔아서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건강보험은 개인의 소득 창출 능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므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국한시켜야 한다.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의 특징은 보험료율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인상하지 않았는데도 보험재정이 흑자라는 것이다. 적립금도 20조원이 넘어서 적립률이 40%에 달했다. 단기보험으로서 상당히 높은 수치다. 따라서 지금은 넉넉한 재정을 바탕으로 이상과 같이 비합리적인 보험료 부담을 정부가 우선 조정해서 민원을 최소화할 최적의 시점이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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